개인적으로 쇼바이벌에 대한 애정이 있다는 건 예전 포스팅(http://plastictree.tistory.com/2901926)
을 통해 알 것이다. 그리고 폐지가 결정되었을 시점에 개인적으론 안타까웠고 다음 아고라에서 폐지 반대 서명같은 것들에 대해서도 꽤 긍정적인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 마지막 방송을 보고나니 이 프로그램이 왜 폐지가 되어야 하는지 아니 될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첫번째, 피디의 판단 미스이다. 꽤나 성공적이었던 1시즌이 끝나고 2시즌이 진행되었는데 이와중에 1시즌에 있던 "슈퍼키드"같은 밴드들과 몇몇 팀들이 남아버렸다라는 점이다. 피디 생각엔 그나마 1시즌을 통해 스타가 되었던 "슈퍼키드"같은 밴드를 버릴 수 없었지만 그 결과는 2시즌 중반에 치명적인 패착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그램의 공연방식은 매 주마다 남의 노래를 "편곡"해서  불러야 된다는  점이다. 이는 어설픈 곡 이어붙이기가 아닌 진짜 "편곡"을 했던-이로 인해 팬을 확보하게 된 계기가 되었겠지만- 슈퍼키드같은 밴드들에게 한 주 한주 가 지나갈때마다 부담이 되어버렸고 2시즌 중반쯤엔 그들의 "편곡"능력으로 커버하기에도 완전히 식상한 "아이템"이 나와버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런 2시즌의 진행방식보다는 그런면에서 개인적으로 1시즌 초반에 진행했던 마구 잡이 떨어뜨리기 방식이 훨씬 맘에 든다-많은 새 얼굴들이 나올수 있는 시스템이었고 이는 슈퍼키드같은 쇼바이벌에 극도로 노출된 밴드들의 "과부화"를 줄여주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런점을 잃어버린채 진행된 2시즌은 후반부에 들어가자 대부분의 괜찮았던 편곡능력을 보여주던 출연진들이 죄다 매너리즘에 빠져들어버렸고 이는 프로그램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두번째, 쇼바이벌은 시청률 5%의 마니아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이 마니아들은 정체되어 있으면 안되는 것들이었다. 새롭게 팬들이 유입되거나 떨어져나가거나 이랬어야 했는데 쇼바이벌은 그것에 실패했고 팬들=시청자층이 고정화되버렸다라는 점이다.

 이는 어떤 패착을 낳았느냐 하면 쇼바이벌에 관한 피드백이 가장 원활한 커뮤니티는 각각의 밴드나 그룹들의 개인 팬클럽화 되어버렸고 쇼바이벌에 관한 애정어린 혹은 나름의 균형적 감각을 지닌 시청자들을 적으로 돌려버렸다는 점이다. 

 거기다 더해 현장의 투표로 진행되는 쇼바이벌 현장의 집계가 개인 팬클럽화되어버린 사람들로 채워져서 공정성에 시비를 불러일으키게 되었고 이는 진정한 심사와 결과를 원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에 실망과 더불어 등돌리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런 현상에 불을 붙인건 "인터넷 투표방식"인건 말하면 입아프고.


 세번째, 이는 가장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 음악 평가를 하는 프로그램이 객관적일 수 없다라는 것을 증명해버렸다라는 것이다. 매일 발라드나 듣고 락음악이라곤 락발라드나 "샤우팅"이 다 인걸로 알고 그것만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밴드 음악이 진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물론 "슈퍼키드"나 "카피머신"같은 밴드음악들이 주류 음악에 비해 우월하다라고 말할려고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창의성과 "편곡"능력이 전혀 심사에 반영되지 않은체 현장의 퍼포먼스만으로도 모든걸 평가내리는 관객들을 보면 못내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하나 아쉬운 점은 편곡된 음악이 자신들의 음악보다 훨씬 괜찮은 음악을 보이는 퍼포먼스 그룹들이 많다는 점이다. 스윗 소로우나 VOS, Eight 같은 보컬 그룹들 같은 경우에 "편곡"된 곡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정말 대단했고 이는 내가 다른 장르의 음악에 관심을 잠깐이나마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노래 자체는 구리기 짝이 없는 단지 "노래 잘하는 " 혹은 "퍼포먼스가 강한" 그룹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밴드 음악을 하는 "슈퍼키드"나 "카피머쉰"같은 밴드에도 적용된다. 이는 한국음악의 창의성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단적으로 증명하는 거 같아 너무나 씁쓸하다. 10년전에 유행했던 유행가의 멜로디가 지금 그룹들의 노래보다 훨씬 월등한 곡들이 많다는건 "노래 잘하는 가수"들은 많으나 "아티스트"들을 고사시켜버린 한국 음악 시장의 현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쨌든 쇼는 끝나버렸고 많은 과제와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그램인것만은 분명하다. 단지 주말 오후에 방송되는 버라이어티 쇼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한국 음악 시장의 총체적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직 다양성의 시작도 보여주지 못한 한국음악 시장과 정말 제대로 된 음악을 들어보지 못한체 그때 그때 유행가만을 듣는 대중 음악팬들에게 이 쇼바이벌을 넘어서 인디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말한다는 건 더 커다란 숙제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래서 이 쇼바이벌은  살아남아야 했다. 비록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었지만. 그 문제들보다 프로그램이 안고 가야할 당위성과 목적이 너무나도 컸던 프로그램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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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e a r c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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