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하더라도 무언가 남겨야 한다.

요즘 CF문구 중에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우리는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체인지는 일요일이 좋다의 새로운 프로그램이며 SBS의 고민이 엿보이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이효리와 신동엽이 다시 만났고 여기에 슈퍼쥬니어의 '강인' 노홍철 그리고 손호영이 가세한 게스트진들 역시 꽤 화려한 위용이다. 내기억엔 문희준이 이 프로그램에 출현하기로 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그런 소문의 기사도 나오지 않는걸 보면 걍 허지부지 된 것 같다. 어쨌든 각설하고 일요일 6시부터 8시까지의 일명 '골든타임' 예능의 전통적인 승자는 언제나 MBC였다.

 그것은 일요일밤에라는 터줏대감이 가져다주는 역활이 컸다. 그러나 몇 년전부터 이런 공식은 처참하게 깨어져나가고 이제 일밤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기 시작한지 오래다. 그리고 일밤 역시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잡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예능과 정보 프로그램이 결합 하는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예능을 컨셉으로 지식 전달 프로그램 형식의 '경제야 놀자'나 '동안 클럽'같은 프로그램들을 무사히 안착시킴으로써 다시 1위를 일정기간 빼앗아 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역시 시간이 지나면 프로그램은 소재의 부족과 진부함을 겪는건 당연한 일. 그 사이를 KBS의 1박2일이 치고 들어오면서 다시 전세는 역전되었다. 이제 일요일 이 골든타임의 확연한 승자는 '해피선데이'이다. 그리고 MBC와 SBS의 고민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약간의 여유가 있던 MBC와는 달리 SBS는 절박했다. 언젠가부터 SBS 예능의 황금기를 이루던 연예인 짝짓기의 약발은 떨어졌고 SBS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무한도전' '황금어장' 투톱을 가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MBC와는 달리 SBS는 절박함에 매달리며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트렌드의 이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법. 유능한 MC들과 화려한 게스트진을 꾸려가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만 소재의 진부함을 벗어던질 순 없었다. 일요일이 좋다의 새로운 프로그램 '체인지' 역시 그러한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화려한 출현진들에 비해 아이디어의 진부함과 완성도는 처절할 정도로 떨어진다. 어설픈 기획이 주는 폐단이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몇가지 괜찮은 아이디어를 발견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인상깊게 본 체인지편은 '노홍철'이 외국인 분장을 했던 편이다. 그 편은 노홍철의 인간성을 버라이어티와 결합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역시나 진부한 소재와 어설픈 완성도로 인해 후반부의 감동이 감쇄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버라이어티와 휴머니즘 코드의 결합은 한국적 컨텐츠의 특성으로 보이기도 한다. 웃겨야 산다는 쇼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는 눈물을 흘리면서 감동을 하고 가장 상업적이다라는 CF 역시 15초짜리 감동 코드를 끌어내는데 열심이다. 다시 각설하고 체인지 그 편에서 느껴지는 외국인들의 한국을 바라 보는 시각은 신선했다.

 차라리 노홍철이 아닌 진짜 '외국인'이 했다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어설프게 시도되는 지하철의 몰래카메라가 아닌 진짜 작은 카메라를 통해 이방인이 겪는 한국사회에 대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나왔다라면 훨씬 더 감동이 있지 않았을까? 특히나 요즘처럼 미녀들의 수다같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외국인을 소재로한 버라이어티적인 접근은 충분히 시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것을 모두 바꾸지 않고 노홍철이 아닌 진짜 '외국인' 특히나 백인이 아닌 외국인들이 겪는 한국사회의 풍경을 정말 노홍철이 했던 모든 디테일한 진행을 그대로 따라했더라면 훨씬 더 감동적인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 일요일 골든타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이 되었을 테지만 '느낌표'같은 공익성짙은 프로그램의 서브 프로그램정도로는 충분히 어울리는 작품이 나왔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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