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프로리그가 정착된지 1년은 된 것 같다.
그런데 이제 하도 익숙해지다보니 이게 시행된게 이번이 처음인지 아니면 저번 시즌부터 였는지의 기억도 가물하다. 어쨌든  프로리그는 여전히 가공할만한 경기숫자를 토해내면서 시스템에 대한 생각등을 할 수없을 정도로 사람을 몰아부쳤다. 그래서 프로리그도 끝났고해서 한번 시스템에 대한 생각들을 주저리 주저리 해보려고 한다..

이번 프로리그의 인상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지겹도록 늘어난 동족전-특히 테테전-을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기

시스템이 구리면 소비자가 맞추어야 되는 스포츠는 웃기다. 그러나 버젓히 이런 판은 존재한다. 매니아들은 시스템에 대한 가장 큰 불평자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장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리그에 대한 소비자이다. 그들은 이미 예전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시간적 여유가 허락되는 한 대부분의 게임들을 보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은 스타라는 게임판 자체가 한 게임을 놓쳐도 트렌드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주 5일 프로리그라는 시스템이 이 판에 맞지않다라고 여기는 합리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경기를 꼭 볼 필요는 없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보아야 트렌드를 알 수 있는 스타판 자체에서 선택적 감상을 강요하는 건 옳지않다. 이것은 오히려 스타라는 판자체에 대한 관심을 철회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잡설이 길었는데 어쨌든 이번 프로리그에서 훌륭한 맵퍼들의 맵으로 인해 새로운 게임들을 많이 보게 해줘서 고맙다. 안티 테란의 신봉자로써 테테전은 더럽도록 싫어하는 종족 둘이 '아웅다웅'하는 혐오스런 게임이었는데 이것을 빌드싸움과 운영,스피드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감상하게 해준것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플토빠로써 더럽게 늘어난 '플플전'을 감상하면서 게임을 취사 선택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고 종족빠에서 '개인선수'빠로 전향하게 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2. 그래도 재미있는 마지막 순위싸움

 이 판이 프로리그라는 체제를 그나마 버티게 해준건 역설적이게도 훌륭한 개인 올드빠들이 많은 소위 말하는 '인기팀'이다. 그리고 이번 프로리그는 예전의 강자였던 SKT1과 KTF매직엔스가 어느정도 예전 강자의 위치를 찾아가는 스토리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꽤 성공적일 '뻔' 했던 리그였다.

 그러나 KTF는 막판 이영호 원맨팀이라는-이것도 어떻게 보면 역설적이기도 하다. 프로리그 체제에서 인기있는 팀이 원맨팀이라니- 한계로 플레이오프에 탈락했고 SKT1은 믿었던 스타 플레이어 '도재욱'과 '김택용'을 너무 믿어서 자멸했다. 분명 이 과정 자체는 흥미있는 스토리 하나를 만들어내었다. 그것은 바로 온게임넷의 8연승이라는 막판 드라마이다. 고작 이것이 프로리그가 예전 개인리그에서 발생한 인기팀을 '희생'해서 만들어낸 스토리였고 그래도 이 스토리가 팬들에게 화제가 되었다면 난 이 프로리그를 '성공적인' 리그라고 부를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나도 알고 대부분의 팬들도 알듯이 온게임넷의 막판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형편없이 끝나버린 개인리그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인리그 떡밥에도 묻히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누가 온게임넷의 이런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감정을 이입하며 벅찬 감동을 느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소수의 온게임넷 팬들 외엔 없었다고 밖에 말을 못하겠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건 이들이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올라온 결과는 어떠한가? '리그브레이커' 혹은 감동도 없는 '듣보잡' 팀의 예상했던 결과만을 만들어냈다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그거에 덧붙여 경기가 있기전에 신경전 과정에서 불거진 차재욱의 '좃밥'발언과 이를 떡밥으로 승화시킨 이성은의 세레머니. 그리고 마지막 이승훈의 매너없는 엘리까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온게임넷 팀 자체에 인상은 더욱 나빠졌을 뿐이다. 즉 프로리그라는 시스템은 치열한 순위싸움에서 만들어진 감동의 드라마조차 제대로 활용못하는 ㅄ같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다.



3. 프로리그의 수혜자들

전부터 프까기들이 주장한 단골 메뉴중의 하나는 프로리그는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스템이다라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주5일 프로리그와 개인리그의 기묘한 공존은 기형적이며 그나마 내가 '팀체제'자체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여서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개인리그를 폐지하고 프로리그의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팬들과 협회 둘다 용인하지못하는 시스템이다라는 것에서 단지 공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이번 프로리그 역시 프까기들이 주장하던대로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보여줬다.아까 온게임넷 이야기로 돌아가 -온게임넷 팀자체에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건 아니니 불쾌하다면 용서를- 그 팀의 신상문이라는 선수는 막판 온게임넷의 드라마 스토리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신상문을 '최강자' 로써 여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단지 가능성이 큰 미완의 대기정도로의 평가를 받는 정도일까. 주 5일 체제로 돌아가고 선수들은 프로리그에 매진하다 개인리그 연습을 못했다라는 인터뷰를 당당하게 하는 시스템에서 왜 최강자의 면모를 보여준 선수에게 이토록 팬들은 박한 것일까? 이것이 프로리그이기 때문이며 팬들은 여전히 개인리그가 '최강자'의 진검승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또 다른 선수를 예로 들어보자. 이번 프로리그 프로토스선수 다승왕은 누구일까? 리그에 아무리 관심이 많은 매니아들이라고 하더라도 친절하게 다승왕이 정리된 기록을 보기전까지 맞추기 힘들것이다. 그 선수의 이름은 박세정이다. 나도 그 선수가 다승왕이라는 것만 기록을 보고 알뿐 그 선수가 몇승을 했는지는 기억도 나지않는다. 그리고 내가 이번 프로리그를 수없이 봤는데도 불구하고 박세정의 경기를 '복기'할려고 하니 기억이 나지않았다. 아 이젠 더이상 말하는건 입 아플정도로 프로리그는 고비용 저효율의 전형적인 시스템이다라는 것만을 인식하자. 그렇다면 프로리그는 프까기들의 주장대로 아예 '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No이다. 프로리그는 주5일제가 정착되고 개인리그의 하부리그가 붕계되기 시작하면서 포텐셜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리그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통해서 이전과는 반대의 모습을 통해-예전 시스템에서는 개인리그의 강자들이 프로리그에서도 활약하는 시스템이었다-
 '이제동' '이영호' '박지수'같은 선수들이 출현했다.  그러나 이들을 프로리그가 만들어낸 '스타'라고 할수 있을까? 그들은 단지 어떤 시스템에서도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을 가진 선수일뿐 프로리그가 만들어낸 선수라는 말은 어폐가 있다. 그럼 진짜 프로리그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내가 생각하는 프로리그의 수혜자로 지금 딱 떠오르는 선수들은 '이성은'과 김창희'이다. 아마 꽤 쌩뚱맞다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꺼 같지만 지금부터 나름 내 개인적인 이유를 대자면 다음과 같다.

이성은은 대부분의 팬들이 알고 있듯이 '토막'이라 고 불리는 전형적인 토스전을 못하는 테란이다. 물론 그는 개인리그에서도 나름의 성적을 올렸고 우리에게 꽤나 이름을 인식하게 된 계기 역시 개인리그에서 '마본좌'를 무너뜨린 테란이다라는 점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예전 개인 리그 시스템의 맹점은 '스타'가 되려면 최강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몇달아니 몇일만에 '최강자'라는 이름에 몇명의 선수가 바뀌어가는지 생각해보라.
각설하고 그는 마재윤을 쓰러뜨린 그리고 포텐셜이 넘치는 테란이었지만  번번히 토스의 벽에 가로막혀 개인리그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기회의땅'이 되었던 것이 바로 프로리그이다. 그는 토막이었지만 프로리그 체제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을 구사할 줄아는 김가을 감독이 있었고 그덕분에 테란전과 저그전 위주의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프로리그에서 스타가 될 수 있었던건 이성은 자신의 '끼' 덕분이기도 하다. 그의 세레머니는 언제나 화제가 되었고 똑같은 그리고 엄청난 양의 경기들 속에서 그나마 자신의 색깔을 보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창희는 리틀 이성은이다. 김창희는 이성은에 비해서 잡아먹을 개인리그의 최강자도 없었고 그나마 화제가 되었던 강구열과의 대전을 통해 간신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러나 그역시 그이후로 개인리그의 활약 자체는 미미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리그에서의 출전과 도발적인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팬들에게 각인하게 된 것이다. 결국 프로리그에서 스타가 되는 방법은 경기외부적인 모습을 강화해야 만이 가능하다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것은 저둘처럼의 방법일 수 도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외모로 먼저 주목받은 '민찬기'같은 선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사실 하나는 지금의 프로리그가 스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프로리그 시스템이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사실이다.



4. 마치며

글을 쓰다보니 본의아니게 더럽게 길어진 것에 대해 사실 내 자신혹은 프까기에게 사과하고 싶다. 이미 주 5일 체제는 거스릴수 없는 시스템이며 시대의 순응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리그가 망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속편한 방법인데 또 괜히 긁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글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리그의 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팬들을  그딴게 뭐지라고 생각하는 '협회'의 모습은 그냥 2008년의 자연스러운 한국의 자화상이다. 이런 모습을 한국에서 보는거야 이미 흔하디 흔한 일 아닌가.

 

(- 오늘 방문자) (- 어제 방문자) (- 총 방문자)
*s e a r c h
Category openCategory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