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일어나는 시간보다 한 시간 이른 시간에 잠이 깬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평소 아침만 되면 우울해지는 나에게 한시간이라는 원하지 않았던 불청객같았던 시간은 많은 것들을 생각나게 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무규칙의 시작자체가 이미 내 영혼의 본능적인 불안함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뚜렷하게 기억나는 꿈을 꿨고 그 꿈속에서 난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울음이 현실로 전도되자마자 잠에서 깨어났다. 보통, 잠에서 깨면 언제나 '늦잠'을 잤다라는 반응에서 허겁지겁 하루를 시작하는 평소와는 다르게 -아니 처음 행동은 같았다. 허겁지겁 일어나 시계를 보았으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일어날 가장 좋은 가능성을 상정하고 모든 기회 변수를 제거한 난 그렇게 싫었던 인생의 덧셈 뺄셈이 지금 불연듯 스쳐지나가고 있다라는 건 오늘 하루 기분이 최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있었고 결국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난 뭔가를 '기록'하거나 혹은 남의 '기록'을 염탐하거나 하면서 누군가와 상호 교감을 나눠야 한다는 본능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자존심을 버리고 내 자신을 내보이겠다라는' 가끔 일어나는 오픈 마인드의 '날이되었는지도 모른다. '상상임신'이라는 말이 있듯이 나는 한달마다 '상상 그날'을  보내고 있는지 어렴풋이 짐작을 한다. 물론 평소-한달마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와 다른게 있다면 평소 이런 일이 있을땐 주로 늦은 점심쯤부터이고 인생의 산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 갖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모두 시간이라는 선상위에 올려놓은 체 끊임 없이 달리는 기차가 종착역에 왔을 때쯤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모든것은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두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두통으로부터 내 의식은 무의식과의 조우를 시작하게 되고 그것이 난 머리가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 못한체 익숙한 방식으로 탁자 위에 놓인 하얀 알약 하나를 꿀꺽 삼키면 되는게 바로 보통의 '패턴'이었고 그것이 내 나름대로의 고통의 인고를 '경험'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낯선 시간과 낯선 경험에 조우하게 되었고 스스로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당황의 결과물이 바로 이 글이다. 어쩌면 잊어버릴지도 모를 지금의 의식이 본능적으로 갈구하고 있는 것들을 쫓아보기로 '나'는 결심한 거 같다. 그리고 이 글은 그 본능에 의해 쓰여지고 또 언젠가 지워질것이다.

순간 키요코가 나에게 말했던 말들이 지금 떠올랐다.

"난 섹스가 끝난 후에 느껴지는 허무함과 아스른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섹스를 해." "아마 그런 감정은 인생의 보통 하루에서 느낄 수 없는 절정의 감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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