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같은 나날의 일상이다. 누군가에게 힌트를 주려고 발버둥 치는 자아. 소통이 두려운 자아. 시간은  점점 숫자가 찍혀있는 자물쇠를 녹슬게 만들고 그 사이를 비집고 튀어나오기위해 수많은 감정들이 경쟁한다. 겉으로는 조용히 튀어나온 몇개의 감정들에 불과하지만 상자안에는 이미 박스의 부피를 견디지 못한 감정들이 얽히고 얽혀 박스 속을 엉망으로 만든다.

박스가 놓여있던 작은 방안에 난데없이 클래식이 울러퍼진다. 무식한 인간이라 클래식의 곡명따윈 알 수 없다. 다만 그 클래식은 하나의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과거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긴 혹은 회상하게 만드는 일종의 기억저장 수단같다. 그것이 울려펴지자 굳게 닫혀있던 박스의 자물쇠가 순간 열린다. 그리고 갇혀있던 수많은 감정들과 수많은 형태의 알수없는 무언가들이 쏟아진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지겹도록 보아왔던 숱한 클리쉐들이 형체화된다. 그 뒤를 커다란 테디베어를 든 소녀가 뒤따른다. 수많은 것들이 빠져나가는 틈바구니사이에서 '그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무도 인식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 인식을 벗어나기 위해 '그것'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것'이 점점 클로즈업되고 그 형태가 확실해지자 사람들의 인식에서 흔히 '소년'이라 부르는 것이 상자의 사각 모퉁이끝에서 혼자 놓여있는 것이 보인다.  클래식음악이 끝나자 이 모든 것들이 빠르게 리버스되면서 상자는 작지만 충분히 인지할만한 '효과음'과 함께 다시 닫힌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라는 듯이 방안은 침묵으로 가득차있다. 조용한 방안에 사각 창문사이로 키요코의 고양이가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의 포근 포근한 털들 뒤로 햇빛이 조금씩 비쳐지고 그녀가 창문틀을 벗어나자 정확하게 박스를 관통하기 시작한다. 사뿐 사뿐 걷는 그녀는 졸린듯 박스위에 올라가 작은 두발로 기지개를 살짝 편후 하품을 하더니 이내 꾸벅 꾸벅 졸기 시작한다. 아마 그녀가 다시 깨어나는 것은 해가 지기 시작할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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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e a r c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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