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와 피고용주의 관계에서 고용주가 피고용주를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FA의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이는 몇몇 선수들의 수년간의 노력과 희생으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예외가 있습니다. E-Sports라는 열악한 환경의 이제 막 스포츠로써의 발걸음을 내딘 스타크래프트에서, 그것도 구단주들의 모임인 협회의 주도로  FA제가 만들어졌다라는 사실입니다.  근데 FA라는건 선수들에게 직업의 자유를 주고 예전 노력들에 대한 '보상'을 주는 제도로써 고용주 입장에서 그닥 필요로 생각하지 않는 제도입니다.

 

  그럼 협회가 FA를 만든 이유가 일각에서 떠드는 것처럼 단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일까요? 물론 E-Sports 협회가 그놈의 스포츠 타령을 위해서 어줍잖은 수칙을 제정하고 그 수칙조차 외우지못해서  희한한 판정이나 해대는 국제 심판까지 두는 노력을 해온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회가  FA제도를 만든 게 단지 그 이유에서만 일까요?




  과거를 잠깐 거슬려 올라가 봅시다. 초창기의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선수와 구단의 관계는 메니져먼트와 아이돌 관계와 유사했습니다. 상품성을 지닌 아이돌을 발굴하고 투자하고 그걸 관리해주는 매니져에 가까운 감독은 스타성을 지닌 선수를 붙잡고 그를 통해 스폰서를 얻는 그런식의 계약이 주가 되어 왔습니다. 그러다가 협회에 주도하에  프로리그가 탄생하였고 이는 각 팀들이 더이상  개인매니져 체제가 아닌 아마추어 선수를 키우고 이를 관리하는 구단 시스템으로 바뀌는 결과를 나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초창기에  선수와 구단간의 관계에서 선수는 팀의 '소유물'이 아닌 양자의 합의하에 계약된 사람들이었고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각 구단은 과거의 관계를 벗어나 선수를  '소유'하고 싶어하게 됩니다. 사실 구단이 팀 체제의 구성을 갖기전에 계약한 선수들중 이미 '스타'가 되어버린 선수들의 경우 계약기간이 끝난 경우 통상적으로 자유의지에 의해서 계약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발생한 문제가 바로 우리도 익히 아는 '최연성 현 T1 코치의 이중 계약 파문'과 '이병민 전 KTF 선수의 계약 파문'입니다. 이 두계약은 당시 선수와 팀간의 계약이 얼마나 부실하게 이뤄왔는지에 대한 증명이자 스포츠로써의 틀도 제대로 못갖춘 것을 억지로 팀 체제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나오게 된 필연적인 사건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두사건을 통해 협회는 이제 대부분의 팀들이 스폰서를 가지고 팀체제로 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갑자기 'FA' 제도를 만들겠다라는 이야기를 내놓게 됩니다.



 즉 FA제도는 당시 선수와 구단의 관계를 동등한 입장에서 FA 전까지의 5년간을  구단의 '소유물' 로써 만들겠다라는 취지로 탄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를 해보면 초창기의 스타크래프트는 선수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유의지 대로 계약을 할 수 있는 축구와 가까웠고 지금의 제도는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소유하고 이에 몇년의 기간이 지나면 자유 계약을 할 수 있게하는 야구의 제도와 가까워지게 된 겁니다.




 사실상 협회가 FA를 만든 이유는 선수를 5년동안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를 5년으로 정한 것도 현실적으로 살펴보면  선수의 전성기대부분을  소유 구단에 두는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프로야구의 경우 서비스타임이 무려 9년이지만 프로야구는 선수 생명이 굉장히 긴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즉 보통 고졸 신인급 투수가 FA를 맞을 경우 거의 '전성기'쯤에 맞을 확률이 높기에 대박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선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나 정식으로 1군으로 등록한 기간을 계산한다면 '5년'이라는 서비스타임은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의 전성기를 포함한 기간을 의미한다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간단히 말해 FA는 기존에 관례가 되어왔던 선수들의 자유 계약을 막기 위한 틀로써 만들어진 것이며  현실성을 고려했을때 선수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이런 서비스타임을 다행히 통과해  전성기에 FA를 맞은 선수들 조차  현대판 노예경매제인 'Free Auction'에 팔려가는 입장이니 이걸 과연 제대로된 FA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역사에서도 증명되었지만 고용주가 피고용주를 생각하는 제도를 만든다 라는게 얼마나 '공상'인지는 이번 사건이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는 거 같습니다. 어줍잖은 FA라는 말에 낚여서 제대로 된 이적 시장이 이판에서도 활성화되길 기대한 저같은 팬들을 철저하게 배신하는 방향으로 이번 FA는 탄생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당장 협회는 말도 안되는 FA제도를 집어치우고 진심으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현실적 법안으로 개정하여 이 판을 지켜보고 있는 팬들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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