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곤씨는 드라큘라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드라
큘라의 피를 이어받은 귀화 4세이다. 그의 증조부는 
6.25 전쟁당시 군인으로 참전했다가 우연히 만난 그의 
증조모와 눈이 맞았고 마음이 약하고 소심한 그의 증조
부는 증조모를 두고 갈수 없어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그는 드라큘라의 자손으로 한국에서 태어나게 된것이다.
 그의 증조부와 증조모가 만나서 어떻게 사랑까지 하
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흥미를 끌만한 영화
같은 스토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글의 주인공은 이
송곤씨이고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이야기를  하
도록 하겠다.


 

   이송곤씨는 드라큘라지만 지극히 평범하다. 그의 어렸
을적 이야기부터 해볼까하지만 지금 여기서 쓰기엔 작
자가 너무 피곤한 상태이고 현재 이송곤씨의 상황에만 
집중하자. 이송곤씨는 성실한 직장인이다. 그는 한국의 
소도시에 살며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장남이고 현재 30
세이다. 그는 집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 하며 그
의 직장은 버스를 타고 20분거리에 있는 시청에서 운영
하는 시립 도서관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밝히자면 그의
직업은 사서라기보단 일종의 관리직에 가까운 하위 공무
원이다. 어쨌든 그는 성실한 직장인이다. 그의 성실함은 
사실 주변의 인물들의 입소문을 통해서 전해진 이야긴데 
한번 그의 직속상관인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송곤? 아 그친구 참 성실하고 예의 바른 친구지. 
사실 요즘같은 시대에 어떤 젊은이가 윗사람을 대신해서 
일직같은 일을 하려고 하나 어디. 근데 이 친구는 이런
일엔 전혀 주저않고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데다 후배 
여자 사서들의 일직도 대신해서 서줄려고 하니. 근래에
보기드문 성실하고 착한 젊은이가 아니겠소. 암 송곤군
이야말로 이시대의 바람직한 청년상이지."



역시나 짬밥을 오래먹은 다소 따분한 공무원의 공무적인
이야기에 살짝 하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나마 어느정도 
이송곤씨의 성품을 짐작할수는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이송곤씨가 모처럼 일찍 퇴근하는 날이다. 
도서관의 개 보수 관계로 며칠동안 쉬어야 했기때문에 
그 기간동안은 도서관을 일찍 닫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송곤씨는 자신의 짐을 주섬주섬 챙기더니 종종걸음
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를 한번 따라가보자. 





    그는 지금 자신의 낡은 서류가방을 꼭 껴앉듯이 양
손으로 움켜진체 어깨를 약간 구부정하게 굽힌체로 보
통 일반인의 걸음보다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걷고있다.
이송곤씨가 근무하는 시립도서관은 중 고등학교 두 개
가 붙어있고 버스 한 구간 전에는 대규모 공업단지로 
가는 길목이 놓여있다. 이송곤씨가 퇴근하는 현재 시간
은 대부분의 중 고등학교의 하교시간과 맞물려있었기 
때문에 이송곤씨가 향하던 버스정류장 주변은 온통 교
복을 입은 학생들로 인산인해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이송곤씨의 걷는 방향이 버스를 타는 버스정류장쪽이
 아닌 반대방향이라는 점이다. 





   이송곤씨의 걸음걸이는  어느새 거의 달리는 속도에 가
까웠고 이 사실을 체 인지하기도전에 어느새 그의 모습은 
대로저편으로 흔적도없이 사라져버렸다라는 것이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몇시간이 흘렀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다 못해 이젠 완연
한 어둠이 찾아왔다.  길거리에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
고 이윽고  다시 온통 환한 불빛들로 가득차 올라있다. 
대로를 지나가는 차들도 어느새 라이트를 켜고 있다. 
멀리 저편 차도에서 105번 버스가 시야로 들어온다. 그리고 
우리의 이송곤씨도 언제 갑자기 나타났는지 버스정류장에 
서있다. 그의 손에는 페이지가 접힌 책 한권이 들려있지만
 밤이라 제목은 보이지 않는다. 이송곤씨 쪽으로 점점 다가
오는 버스를 보면서 이송곤씨가  차도쪽으로 조금 발을 내
민다. 도로 아스팔트에 이송곤씨의 두발이 완전히 착지할쯤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하고 이송곤씨는 다시 버스의 계단위
로 한발을 내딛는다.





   버스안으로 들어간 이송곤씨는 지금 105번 버스의 맨 
뒤쪽 두번째 왼쪽 의자에 앉아 있다. 그리고 현재 시간
은 10시. 버스안에 손님이라곤 이송곤씨 뿐이지만 늦 더
위가 기승인 여름이라 버스안엔 에어콘이 돌아간다. 버
스안의 차가운 공기속에 열기라곤 버스를 운전하는 기
사와 그뿐이다. 서류가방을 꼭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
은 어느새 풀려있고 그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105번 버스는 시내중심이 아닌 시내의 위쪽 외곽 도로
- 흔히 그지방에선 산복도로라 불리는-를 지나가는 
버스이다. 보통 이송곤씨가 일직을 하고 도서관의 문을 
나오는 시간쯤의 105번 버스엔 손님이라곤 거의 이송곤
씨 뿐이다. 늦게까지 남아있는 학생들도 이미 돌아갔고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야 한참도 전에 일이다. 거기다
버스는 시내외곽을 도니 이송곤씨가 버스를 탈때즘 버스
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건 드문일이다.. 아주 가끔 한 
두명의 사람들과 부딪히기도 하는데 대부분 그들은 이
송곤씨처럼 뒤늦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
인지라 곯아떨어져 있기 일수이고 이송곤씨를 의식하
는 사람은 아마 없다고 봐야 할것이다.




   시내 위쪽의 외곽을 달리는 105번 버스의 창문 너머로 
시내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웃 소도시와 길게 연
결된 다리는 재작년 지어진건데 지방뉴스에서 아시아 
최고 길이의 다리니 하면서 요란스럽게 떠들었으나 어
느세 그 다리에 대한 주요 뉴스는 비효율적인 전시 행정
의 표본이라는 비판뉴스로 대부분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105번 버스를 통해 보는 다리의 야경은 그 비경제성과
는 상관없이 아름답다. 아마 105번 버스의 창 밖 풍경이 
그렇게 아름답다라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이송곤가 유일할지도 모른다.





   출근하는 시간의 직통 버스와는 달리 시내의 외곽을 돌
아오는 버스는 이송곤씨의 집까지 다다르는데 대충 10
분 정도를 더 소요했다. 그가 창밖을 내내 멍하게 바라보는
 사이에 30분이란 시간은 금새 흘러갔고 버스속의 운전수의
 투덜거리는 한마디에 이송곤씨는 정신이 들었다. 아마 뉴스
를 보고 한소리를 하는거 같지만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는데
다 양쪽귀엔 이어폰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잘 들리진 않는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버스에서 내릴때가 왔음을 깨닫고 손으
로 빨간 버튼을 눌렀다.





  조금 있다 문이 열리고 이송곤씨는 다시 지면의 아스팔
트 위에 두 발을 올려놓는다. 이송곤씨의 걸음걸이는 좀전
의 빠른걸음과 다르게  거북이가 걸어가는 속도에 가깝게 
느려져있었고 자신의 몸에 비해 다소 커보이는 서류가방은
양쪽어깨에 축 늘어져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무거운
기분이 들정도이다. 이송곤씨가 향하는 길은 시내 중심가와
는 달리 드문 드문 불이 켜져있어 다소 스산한 기분마져 감
돈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발걸음을 재촉하겠으나 어
찌된 영분인지 이송곤씨의 발걸음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이송곤씨는 얼굴이 백지장같이 하얗고 창백하며 앳되보이는 
외모이다. 그런 연유로 이송곤씨를 낮에 본다면 다소 만만한 
외모에 누군가가 시비를 걸려고 했을지 모르겠으나  한밤중이
라  그의 외모는 잘 구분되지않았고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아마 그의 외모와는 다른조금 올드 스타일의 패션과 고루한
서류 가방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느린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까지 가는 시간은 그렇게 길진 않았다. 그렇
게 이송곤씨는 어둠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첫문장에서 밝혔지만 그는 드라큘라이다. 그가 왜 오늘 
이 같은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이
다. 그리고 지금부터 밝히는 드라큘라의 대한 상식은 책
에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니 잘 메모하기 바란다. 이송곤
씨와 이야기를 하면서 왜 그가 오늘 이같은 행동을 했
는지를 알 수 있었다. 사실 드라큘라에 대한 상식은 밤을
 좋아하고 피를 마시며 마늘을 싫어하고 십자가를 무서워
한다 정도로 알려져있다. 물론 몇가지 사실은 맞고 몇가지
 사실은 틀리다. 




  그러기위해 먼저 이송곤씨의 가장 선조격인 드라큘라
1세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는 루마니아의 군주로 익히 
알려져있고 흡혈을 했다라는 기록도 전해지는데 이송곤씨
의 말은 조금 달랐다. 물론 흡혈을 하긴 했으되 그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적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 위한 정치
적 행위였다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를 위해 산처녀의 
피를 통째로 마신다느니 하는 소문을 퍼뜨렸는데 아마 
진정한 언론플레이의 화신은 드라큘라1세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드라큘라 1세는 피를 좋아해서 마신건 아니었지만 피를
 마시면서 피에 중독된것도 사실이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자신의 후손들까지
도 그런 그의 후천적 요인이 전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라는
사실이고 현대의 의학자들도 아마 유전적 요인에 후천적 
인지까지 전달된다라는 '가설'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
러나 엄연히 그런 피에 대한'욕망'은 드라큘라 집안의 내력
으로 전승되었고 그래서 드라큘라 집안 사람들은 점점 사람
들을 기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풍
기는 피냄새를 도저히 참지 못하게 된것이다.





  루마니아 역사 기록에 의하면 루마니아 지방을 지배하
던 루마니아 2세가 갑작스레 사라지고 이때문에 당시의 
루마니아는 왕위를 둘러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게 되
었다고 한다. 그런 전쟁이 몇십년씩 계속되었지만 드라
큘라 집안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은 루마니아 2세의 실
종이후 어떠한 흔적도 찾아볼수 없었다. 물론 민담같은 
것에 따르면 영원한 삶을 얻은 드라큘라 1세가 자신의 
자손들을 데리고 전쟁의 세력이 닿지않은 지방의 한 고
성에서 살고 있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그리고 이 민
담을 우연히 루마니아 지방을 여행하던 브롬 스토커가 
자신의 상상력을 보태면서 소설 드라큘라를 완성하게 
된것이다.





  브롬스토커는 아마 그 민담같은 것이 사실이라곤 여기
지 않았을 것이지만 엄연히 드라큘라의 자손이 엉뚱하
게도 대한민국에 살아있다라것은 지금 우리가 이송곤씨
를 통해 보고 있지않은가? 어쨌든 다시 이송곤씨 이야
기로 돌아와서 이송곤씨가 밝힌 가문의 저주는 피에 대
한 '야성의 본능'같은 것이며 이를 피하기위해 대부분
의 집안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고 한다라
는 것이다. 





   저 사실이 이송곤씨가 진실을 말한거라면 퇴근길에 있
었던 이송곤씨의 의아한 행동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
이고 이송곤씨는 단지 평범한 30대의 대한민국 남자일
뿐이며 대한민국에서 흔하디 흔한 직종인 공무원이며 
생김새와는 다르게 연애한번 못해본 이송곤이라는 이름
의 인간일 뿐인 것이다. 물론 브람스토커의 소설처럼 
이송곤씨 역시 마늘을 싫어하고 십자가를 싫어하지만 
마늘이 싫은 이유야 서양인들이 한국인들의 '마늘 냄새'
를 싫어하는 것처럼 후각이 특히 예민한 이송곤씨에겐 
마늘냄새가 참기 힘든것일 뿐이고 십자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야 대한민국의 절반의 국민들이 싫어하니 그또
한 '평범'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이사실은 
이송곤씨가 한 의아한 행동과는 별개의 이야기일뿐이니 
브람스토커가 대단한 예언가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옳은 사실은 아니다.


 

  그렇다. 단지 이송곤씨는 평범한
'드라큘라'이며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 오늘 방문자) (- 어제 방문자) (- 총 방문자)
*s e a r c h
Category openCategory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