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ing siege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는 완벽한 범인들은 왜 흔적이나 힌트를 남길까?
물론 뻔하게 대답하자면 그렇지않으면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기때문이다.

그러나 잉여력을 발휘해서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해보자.
이렇게 완벽하고 잘생긴 범인 캐릭터는 매력적으로 보이기란 쉽지않다.
인간은 너무 완벽한 인간엔 매력을 보통 못느끼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범인들은
자기애가 강한 나르시스트들. 그리고 이런 범인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염세적이고
자존감이 부족하다. 보통은 어릴때의 트라우마를 깔고 들어가고 이런것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이 모두 추리에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대게 이런 사람들은 평범한
일을 하는데 서투르고 겉으로는 무척 자존심이 쎄고 강한척 하지만 항상 끊임없이
자기 확신을 받길 원하는 이이다.

한편 저 천재같은 완벽한 범인은 세상이 지루하다. 엄청난 부자일수도 있고 어쨌든
더이상 욕망같은 것도 없고 단지 지루하기에 범죄를 저지른다. 그리고 바보 같은
경찰들 따윈 절대 자신을 잡을 수 없을것을 안다. 그렇기에 처음엔 이들을 조롱하기
위해서 일부러 몇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그럼에도 무능한 경찰은 조롱당하기 일쑤
이고 몇몇 대중들은 이러한 공권력이 무너지는 광경에 매력을 느낄것이다. 그러나
범인의 입장에서 이런 자신의 추종자들은 지루하고 한심하다. 그리고 점점 경찰을
조롱하는 일도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던중 한계를 느낀 경찰들은 주인공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그리고 이런 광경을 범인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사실 이때도 범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몇가지 실수를 일부러 저질렀긴 했어도
그것으로 자신을 자신을 잡을 수 없다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한편 주인공은 수사를
해나가고 점점 사건에 가깝게 갈수록 완벽한 트릭에 감탄하고 이것으론 범인을
잡을수 없다고 말한다. 경찰들은 권위도 버리고 Geek한 주인공을 수사에 참전시킨
것인데 주인공의 그런 말을 듣곤 자신들의 무능력을 간과한체 비웃는다. 이를 지켜보던 
범인은 결정적인 단서를 남기진 않았지만 자신이 계산한 트릭을 모두 풀어낸 주인공에
드디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가끔 자신을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기에 처음으로 타인에게 두근거림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 이야기는 추리물이라기보단 로맨스에 가깝다. 범인은 주인공에 흥미를 느끼지만
자기 자신만큼 사랑하진 않는다. 그러나 세상에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라는것에 두근거림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조금더 위험에 노출시킨다.  자신이 사랑할 자격이 
되는 존재인지 알기 위해. 그리고 자신과 정말 닮은 사람이 존재하는지 알기위해서.

본격적으로 범인은 이때부터 주인공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자신의 매력을 유일하게 아는건 자신과
닮은 이밖에 없다는 생각이고 주인공이 그런존재이길 바란다. 사실 그는 외로왔던 것이다. 그전까지
자기만을 사랑했던 범인은 세상의 모든것이 지루했고 믿을 수가 없었다. 권력 욕망 이런것들은
추해보였고 한심했다. 단지 그에게 필요한건 그를 알아봐주고 이해하는 이였다.

한편 주인공은 조금 더 절박하다. 자신의 능력은 자존감과 직결되고 첫 수사의 실패는
그런 그의 자존감을 짓밟았다.그리고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때문에 더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기필코 범인을 잡아내서 자신이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인지를 확인받고 싶어한다.

범인은 이제 점점 포위망이 좁혀오는걸 느꼈다. 자신의 계산이 엇나갔던 것일까?
그럴린 없을 것이다. 자신도 스스로 놀랄만큼 이 일에 집중했다라는걸 안다.
그렇다면 답은 한가지이다. 범인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운명을 건 실수를 했다.
목적은 한가지다. 자신을 닮은 주인공에게 마음을 열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주인공에게 보여주고 싶어졌던것.
범인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주인공에게서 얻길 바랬다. 
즉 범인에게 자신의 모든걸 건 도박이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쥐어짜낸 최고의 실수,그리고 진정한 자신의
실체를 자신과 닮은 이라면 알수있으리라 생각했다.

근데 이순간 작가의 뇌는 정지하고 글쓰기는 멈췄다.
이 이야기는 아직 끝을 내지 못했다.
현재 진행중인 이야기이고
실제 이야기이기에.


associated word
scotland yard



스코틀랜드 야드라는 보드게임이 갑자기 생각났다.
범인과 경찰이 되어서 벌이는 이 게임을 난 지금
현실에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여전히 힌트를 툭툭 던지고 사라지고를 반복하며 
누군가 내 진정한 본모습을 알아채길 바라면서.-

put out feelers

어제 본 Too big to fail에 나온 단어.
사람의 마음을 떠본다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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