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자기도취로 어떤 날은 자기혐오로 시간을 보낸다. 
아직도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내 삶을 지겨워한다. 
삼십 년도 살지 않았는데, 어떤 날은 다 산 거 같고, 어떤 날은 
시작도 못한 거 같다. 더는 어디로 뻗어 갈 수 없는 절망감. 
우울증까지는 아니다. 죽음 같은 건 생각지 않으니 그래도 
비교적 건강한 편이겠지. ‘설마 내가 이대로 이렇게야 살겠어.’
라는 기대가 남아 있고, 무언지도 모르면서 아직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지, 내 무의식에서는.

                                                                                                     —박주영, 종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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