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만에 돌아와서 처음 쓴다는게 정치글이라니 한심하다.

여러가지 것들이 머릿속에 난잡하게 널려있고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정리할려고 했는데 이런 작업들이 너무나 더뎠고 그 사이에도 쌓이는 것들이 늘어났다.

그래서 할수없이 정리를 포기한체 지금 하고 싶은 얘기부터 해야겠다라는 생각이었고 그냥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안철수


사실 난 그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내가 확실히 아는 사실은 안철수를 지지하겠다 혹은 투표하겠다라고 하는 이들보다는 적어도 그에 대해서 잘알꺼란 점이다.


나는 무릎팍 도사를 보진 못했지만 그가 만들었던 백신을 어렸을적에 써봤고 그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어렴풋이 트위터를 통해 아니 트위터 이전에도 있었던 SNS를 통해서 줏어들은 기억이 났다.


백신을 제외하고 그에 대해서 들은 이야기는 몇년전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아이폰이 한국에서 출시될때쯤이었던것 같다- 뜬금없는 아이폰 찬양 글이었던거 같다. 기억이 왜곡되거나 헷갈린다면 그만큼 그에 대해서 특별한 인상을 받았다곤 할수없는 거겠지.


어쨌든 안랩에서 이후에 고슴도치어쩌구하는 아이폰 어플을 만드는 회사에 대해서 들은 기억이 났고 그게 내가 안철수에 대해서 기억하는 전부이다. 물론 이후에 행보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과 일치할것이다.


청춘콘서트라던가 서울대교수라던가 하는것들.


어쨌든 그런 그가 정치를 하겠다라고 이야기를 한게 서울시장 선거에서부터 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그때까지만 해도 안철수는 정치인이라기보단 착한 기업인으로 비쳐졌다. 그리고 다행히 안철수는 박원순과 '조용한 단일화'를 이뤘고 그것은 안철수를 정치인으로 보지 않게 만든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먹고살기 바쁠 동안, 나 역시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릴 동안 대선이 다가왔다.

사실 난 이번 대선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내가 투표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까 말까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기에 철저히 방관자의 입장이었다. 그것은 내가 박근혜를 좋아하거나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고 아무렇지 않아서는 아니다.


다만 지난 5년간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살아남았다라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과 더이상 분노와 복수심에 내 감정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주변에서 이명박을 닮은 이들을 보는게 흔한 풍경이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난 이번 선거에서 철저한 방관자이자 관찰자가 되어갔지만 마음속에선 언제나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과 그의 5년에 대한 성찰이 남아있었던것 같다.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려고 했던 문재인의 대선 행보에 조금씩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안철수로 이러한 관심은 옮겨 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문재인을 지지한다. 그를 잘 알아서는 아니다. 그에 대해 아는건 그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각이 듬뿍 담겨있을만한 그의 자서전 한권뿐이고 그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인상을 받진 못했다. 크게 잘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못한것도 없으니까. 뭐랄까 노무현을 처음 봤을때의 뜨거운 감정이 들지않았던것 그때만큼 내가 정치에 대해 순진하게 반응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겠고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노무현보단 덜 매력적인 인물일수도 있겠다.


이런 시기에 안철수라는, 기억이 흐릿한 한 명의 인물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그를 정치인으로 받아들인 내 첫 느낌은 그냥 그에게 뭔가 '못마땅'하다라는 감정이었다.  이틀전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본 안철수는 박원순과 단일화를 하던 그와 달라져있었다. 그가 달라졌는지 내가 그를 보는 마음이 달라졌는진 확신할수 없지만 드디어 '정치인'안철수로 보이기시작했다라는 점이다.


그리고 내 불쾌한 감정의 근원은 그런 정치인 안철수를 본것에서 시작된것인지도 모르겠다. 정치라는걸 내가 그렇게 잘아는건 아니지만 내가 정치에 대해서 생각하는건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균형감각이고 그 균형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선 힘, 즉 자본과 사람이 필요하다라는 것이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 대중 정치인으로써의 안철수의 힘은 주변으로부터 계속해서 들은 이야기였기때문에 무시할 생각도 없었지만 정치인 안철수가 균형감각을 지닌 사람인가에 대해서 내가 이때까지 느끼지 못했던 경험이었기때문에 느낀 불쾌함인지도 모르겠다.


낯선것에 대한 두려움. 물론 그 실체가 드러나고 낯선것처럼 포장된 가식이라면 안도의 감정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정말 안철수가 생각하는게 저 탈법과 편법을 밥먹듯하는 무리들까지 포용하려는 것이라면 그에게 정말 희망을 걸어볼순 있을것이다. 아마 난 정말 기뻐하면서 내 첫인상에 대해서 사과를 할수있을것이다.


다만 안타까운건 그를 못믿는다기보단 그의 주변이들-딱히 이헌재같은 인물이 있어서라는건 아니다.-을 못믿겠고 그를 지지하는 이들을 못 믿는다는것일꺼다. 그리고 정치가 한 두사람의 힘으로 안된다라는것을 이미 깨달은 이의 삐뚤어진 시기에서 비롯된 불신일것이다. 마지막으로 저 이명박을 만든 정말 못믿을 대중들이 그를 지지했다라는 사실이 아마도 그를 못믿는 가장 큰 이유일것이다.


그리고 이순간 그가 그의 출사표에서 '국민의뜻'에 따른 소명이라는 말을 썼다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안철수 :: 2012. 9. 21. 10:58 IN-/Political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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